제품을 가상으로 똑같이 만드는 기술, ‘디지털트윈’
#독일 엘리베이터 제조기업 티센크루프는 로프없는 엘리베이터를 개발 중이다. 기존 로프 구동 엘리베이터는 최고 400미터가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 높이로 지을 경우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엘리베이터로 가능한데 문제는 엘리베이터 무게였다. 티센크루프는 컴퓨터로 다양한 로프없는 엘리베이터 디자인을 실험하고 하중 테스트를 수천 번 거듭했다. 다양한 건물 구조와 환경을 조건에 넣고 끊임없이 테스트한 결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당초 목표했던 엘리베이터 무게보다 42% 줄었고 하중에 견디는 힘도 변함 없었다. 티센크루프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초기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7월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은 노일훈이라는 한국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매해 컬렉션에 포함한다는 발표를 해 화제가 됐다. 아직 40대 초반에 불과한 한국 작가의 작품을 퐁피두 미술관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과거 건축가였던 노 작가는 제조업체에서 쓰는 소프트웨어를 조수처럼 활용한다. 작품 중 가구나 조명 등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컴퓨터 가상환경에서 만들어보고 내구성과 안정성을 실험한다. 작가는 자신의 영감을 작품에 구현해 예술작품을 창조하지만 구조적으로도 완벽한 작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퐁피두 미술관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계가 노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다. 첨단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기업 경쟁력이 제품 생산 현장에서 컴퓨터 안으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한 발 앞선 예술가들은 벌써 이를 작품에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 제조기업은 제품을 컴퓨터 안에서 똑같이 만들고, 컴퓨터로 테스트하고, 다시 컴퓨터로 수정하면서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공장에서 실제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더 많은 공을 들여 생산 제품의 가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로 만든 실제 제품의 쌍둥이가 가상 환경에서 동작을 해보고 충돌도 하고 물에도 빠지면서 미리 컴퓨터 안에서 겪어보게 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로 만든 실제 제품의 쌍둥이가 가상환경에서 동작하고 실험하는 기술이다.
알테어는 디지털 트윈기술로 다양한 제품을 설계하며 실험한다.
갤럭시 스마트폰 디지털 쌍둥이는 컴퓨터 안에서 5층 높이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물에 빠져서 안테나가 작동하는지 통신을 해본다. 제네시스 디지털 쌍둥이는 시속 200㎞에서 급회전을 해보기도 하고 덩치가 몇 배 큰 트럭과 정면 충돌을 하기도 한다. 모두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디지털 쌍둥이가 없다면 실제 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수십억원의 돈과 엄청난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1985년에 설립된 알테어(Altair)는 글로벌 시뮬레이션 및 디자인 기업으로 디지털 트윈을 33년 동안 연구한 회사다.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제임스 스카파와 동료 2명이 의기투합해 세운 알테어는 현재 23개국에 2500명이 근무하는 세계적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5000여 기업이 알테어 제품을 도입했으며 6만여명이 사용하고 있다. 2016년 매출은 3500억원을 달성했고 매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티센크루프는 로프 없는 엘리베이터를 만들기 위해 알테어의 ‘옵티스트럭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고 30여년 동안 쌓아온 알테어의 디지털 트윈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 노일훈 작가 역시 알테어의 옵티스트럭트, 아큐솔브 그리고 솔리드씽킹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고 지금도 이를 발전시키고 있다.
알테어의 사업은 옵티스트럭트, 아큐솔브 등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30여개 제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이뤄진 하이퍼웍스 제품군, 솔리드씽킹, 이볼브 등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와 콤포즈, 액티베이트, 임베드 등의 1D 시뮬레이션 툴로 이루어진 솔리드씽킹 제품군, 고성능 컴퓨팅 지원 솔루션인 PBS 제품군,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인 캐리옷 제품군 등의 4개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갖고 있다. 특히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와 다른 점은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컨설팅 브랜드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알테어가 컨설팅 기업으로 시작한 역사 때문인데 30여 년동안 축적한 엔지니어링 컨설팅 역량은 업계 선도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함께 알테어를 쌍끌이하고 있다.
문성수 한국알테어 대표는 “디지털 트윈으로 실제 제품을 가상환경에서 똑같이 만들고 가상환경에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다”며 “고성능 컴퓨터의 보급확대에 따라 디지털 트윈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 제조 기업에서도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알테어는 지난 1일 나스닥에 상장함으로써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또 최근 5년 동안 10여개 소프트웨어 및 회사를 인수하면서 제품군을 보완, 확장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